To be a Manager

백엔드 엔지니어로 10년을 보냈다. 매일 코드를 짜고, 새벽에 장애 알림에 눈을 뜨고, 시스템 설계를 고민하는 게 내 일상이었다. 그게 나의 전부인 줄 알았는데, AI라는 커다란 파도가 밀려왔다. 나는 이 흐름을 받아들이기로 했다. 살아남기 위해, 그리고 더 나은 삶을 만들기 위해.

지금, 조금씩 경영자가 되어가고 있다.

이번엔 진짜다

사이드 프로젝트야 전에도 해봤다. 주말에 신나게 시작했다가 슬그머니 흐지부지되는 그런 것들. 근데 이번엔 느낌이 좀 다르다. AI 에이전트랑 같이 일하다 보니, 혼자서도 진짜 서비스를 만들 수 있겠다는 확신이 생겼다. 아이디어를 떠올리고, 에이전트와 머리를 맞대고 설계하고, 하나씩 제품으로 만들어가고 있다.

10년 동안 쌓아온 개발 실력에 AI라는 도우미가 있다보니, 예전엔 팀이 있어야 가능했던 일을 혼자서도 해볼 수 있게 됐다. 이건 정말 시대가 준 선물이라고 생각한다.

처음 마주하는 질문들

그런데 막상 뚜껑을 열어보니, 제품을 만드는 것과 사업을 하는 건 완전히 다른 세계였다.

시장이 어디 있는지, 사람들이 정말 원하는 게 뭔지, 돈은 어떻게 벌 건지. 엔지니어로 살 때는 생각해본 적도 없는 질문들이 매일 밤 머리를 어지럽힌다. 기술적으로 되는 것과 사람들이 지갑을 여는 건 정말 다른 이야기더라.

솔직히 모르는 게 너무 많아서 불안하다.

근데 또 두근거린다

웃긴 건, 그 불안함 한가운데서 오랫동안 잊고 살았던 감정이 다시 올라온다는 거다.

뭔가 새로운 걸 배울 때의 그 호기심. 이게 될까 안 될까 하는 두근거림. 개발을 처음 배우던 시절처럼 잠도 줄여가며 작업하고 있는 나를 발견한다. 새벽 3시에 갑자기 아이디어가 떠올라서 폰에 후다닥 메모하고, 출근길에 비즈니스 모델을 끄적이고 있다.

To be a Father

아기가 태어났다. 세상에서 제일 작은 손이 내 손가락을 꽉 쥐었을 때, 마음 한구석이 무거워지는 걸 느꼈다. 예전처럼 사이드 프로젝트 망해도 “에이 뭐~” 하고 넘길 수 있는 상황이 아니다. 이 아이한테 부끄럽지 않은 아빠가 되고 싶다.

그래서 조급하다. 빨리 뭔가 보여줘야 할 것 같고, 빨리 안정적인 궤도에 올려야 할 것 같다. 근데 조급하면 꼭 나쁜 선택을 하게 된다는 걸, 10년간 수많은 장애 대응이 가르쳐줬다.

한 발짝씩이면 된다

이제까지 해왔던 것처럼 하면 된다. 착실하게, 성실하게, 충분히 고민하면서.

주니어 때 아무것도 모르고 떨리는 손으로 첫 커밋을 올리던 그때도, 한 발짝씩 걸었더니 어느새 시니어가 돼 있었다. 경영도 마찬가지일 거다. 지금은 서툴고 헤매고 있지만, 한 계단씩 오르다 보면 어느 순간 문득 올라와 있겠지.

항상 옆에서 응원해주고 힘이 되어주는 이쁜 와이프와, 세상에서 가장 사랑스러운 우리 아기를 위해.

오늘도 열심히 하루를 살아간다.